국가청렴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를 발표한 9일 저녁,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발표에서 10점 만점에 7.44를 받아 중앙행정기관 중 꼴지를 기록해 ‘최악의 부패기관’으로 찍힌 해양경찰청 관계자였다.
이 관계자는 “열심히 일한 게 오히려 화를 불렀다”며 억울해 했다. 강력한 단속으로 소형 저인망어선 3,000여 척의 불법 어업을 근절시켰는데 이로 인해 많은 어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는 것이다.
그의 항변은 일리가 있었다. 청렴도 조사는 민원인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주로 의존한다. ‘금품을 제공한 적이 있는지’, ‘담당공무원이 금품을 받고 있다고 보는지’, ‘업무처리를 공정하게 하는지’ 등을 물어 점수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원인들의 주관적 감정과 기억에 따른 ‘인상 비평’에 치우치기 싶다.
해경이 지난해 조사에선 8.53으로 외청기관 중 4위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최하위로 급락한 이유도 민원인들의 불만 때문이란 해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낮은 점수를 받은 다른 기관들도 “기준이 뭐냐”며 “소송을 걸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청렴도 조사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에 머문 전남 목포시는 대대적인 부패 없애기에 나섰다. 시 공무원 전원이 시장에게 청렴사직서를 제출, 금품수수가 드러나면 징계절차 없이 사표를 수리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억울한 기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주관적 인상비평만으로 1위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줄 세워 발표할 필요가 있을까. 조용히 반성하도록 비공개 자료로 건네주든지, 굳이 공개하겠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부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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