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전파길’(주파수)을 사고 파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정부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주파수 사용 기간을 제한하고, 일정 주기로 사용권을 거둬들여 되팔기로 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통 요금이 비싸질 우려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정부의 주파수 관리 방법이 바뀐다고 밝혔다. 우선, 지금까지 이용 기간을 정해 놓지 않았던 주파수 사용권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된다. 특히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등 이통사들의 주파수 사용권은 앞으로 5년까지만 인정된다. 따라서 이들은 2011년 정부에 주파수를 일단 반납하는 동시에 거액의 주파수할당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10년간의 주파수 사용권을 사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 ‘로열층’이 있듯 주파수에도 더 좋은 자리가 있다”며 “서로 좋은 주파수를 차지하려 할 것이 뻔하므로 (정부가) 경매 혹은 입찰경쟁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SK텔레콤이 쓰던 800㎒대 주파수가 KTF나 LG텔레콤에 넘어갈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부가 일정 기간마다 이동통신 및 방송 사업자들에게 주파수를 경매하는 제도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주파수는 공공재산이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이용해 얻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주파수를 나눠 받은 이통 업체에 매년 매출의 0.75% 수준인 ‘출연금’을 받아 왔으나, 기간 제한이 없고 업체간 경쟁 없이 정부의 심사만으로 주파수가 할당됐기 때문에 이통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싸게 주파수를 이용해 왔다는 지적이 많다.
이통업계는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매출의 1.5~3% 수준으로 주파수 사용 대가가 커질 것”이라며 “업체마다 수백억~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통 요금 인하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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