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년여를 줄다리기 해온 사학법 개정안이 9일 거친 충돌 속에 처리됐다. 본회의장은 욕설과 고함으로 뒤범벅이 됐고, 의원들은 거친 몸싸움의 와중에서 옷이 벗겨지고 넘어지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타협을 이루지못하고 정기국회 마지막날 물리적 대결을 벌인 점을 빗대 ‘유종지추(有終之醜)’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야는 본회의 직후 각각 의총을 열어 “반의회적 행태” “날치기”라고 상대를 맹비난하는 등 감정싸움을 벌여 당분간 정국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난장판 된 본회의장
오후 2시40분, 김원기 국회의장이 경위들의 호위 속에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지키고 있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김 의장은 곧장 “효율적인 의사일정을 위해 사립학교법을 먼저 상정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정봉주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는 와중에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 등이 단상으로 달려들어 유인물을 뺏는 등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넘어지고 밟히고 옷도 벗겨졌다.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 등은 의장석을 향해 책자를 던졌고 김 의장은 이에 “부끄럽지 않느냐”라고 타박했다. “야 시끄러” “이게 어떻게 국회냐”는 격한 고성들이 회의장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남경필 전여옥 의원 등은‘전교조에게 우리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피켓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표결을 선언했고 단상을 지키던 우리당 의원들은 교대로 자리로 들어가 표결에 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을 막아 서기도 했지만 표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5분여에 걸쳐 의결 정족수인 150명을 넘겼고 투표종료가 선언됐다. 김 의장은 “재석 154명에 찬성 140, 반대 4, 기권 10명”이라며 가결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원천무효” “날치기”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반대표는 자민련 이인제 김낙성, 국민중심당 류근찬 정진석 의원 등이 던졌고 민노당 의원 9명은 기권했다.
사학법 처리 직후 김의장은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총을 열고 “대리투표가 이뤄졌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낮 12시께부터 오픈게임 격으로 충돌 했다. 우리당이 보좌진과 당직자를 대거 동원, 본회의장 출입구 3곳을 모두 봉쇄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단상 점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허를 찔린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간다는데 보좌관이 막는 게 어디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출입문을 두고 양측은 1시간 30여분동안 거친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고 이 와중에 출입문 유리창도 깨졌다.
기세싸움도 대단했다. 우리당 의원들은 오전 11시 의원총회를 연 뒤 본회의장 주변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대비했다. 정세균 의장은 “의회주의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의 작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나라당도 상임위별로 조를 편성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오늘은 야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자” “몸과 마음으로 막자”며 독려했다.
●임시국회 전망
우리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12일부터 한달간의 일정으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곧장 임시회가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분간 정국경색이 불가피하다.
사학법 강행처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나라당은 당분간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예산안과 부동산관련법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치가 극한 투쟁으로까지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번 사태가 부동산 관련법, 예산 처리를 미룰 명분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감세 요구에 얼마나 성의를 보여주느냐에 정국의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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