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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햅스 러브' 천커신 "아시아적 사랑, 뮤지컬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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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햅스 러브' 천커신 "아시아적 사랑, 뮤지컬에 담아"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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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첨밀밀’의 감독 천커신(陳可辛ㆍ44)이 신작 ‘퍼햅스 러브’를 내놓았다.

베이징의 가난한 영화학도에서 배우로 성공한 지엔(진청우ㆍ金城武)과, 스타가 되려 지엔을 떠났던 손나(저우쉰ㆍ周迅). 둘이 (영화 속) 영화에 함께 출연하면서 희미해진 옛사랑의 흔적을 찾아가고, 여기에 손나에 대한 영화감독 니웨(장쉐유ㆍ張學友)의 감정이 얽혀 든 ‘퍼햅스 러브’는 아시아에선 드문 뮤지컬 영화다. 국내 배우 지진희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천사 몬티로 출연한다. 1,000만 달러(약 110억 원)나 되는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관객들을 DVD 등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에서 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내고 싶은 욕심에 뮤지컬 형식을 택했습니다.” 또 다른 ‘아시아적’ 이유도 있다. “아시아 관객들은 직설적인 사랑 표현을 거북해 합니다. 노래는 별 거부감 없이 진솔한 사랑의 감정을 전해줄 수 있지요.”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수많은 엑스트라들과 서커스 등 장면을 카메라로 잡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부드러운 사랑이야기와 볼거리가 풍부한 뮤지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유난히 사랑 이야기에 천착해온 그는 순애보였던 ‘첨밀밀’과 달리 이번에는 “현실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연인이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하나를 선택하게 되지요. 이런 현실이 제대로 표현돼 만족스럽습니다.”

지진희 캐스팅은 아시아 영화계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으로 가능했다. 류더화(劉德華)의 출연이 불발되자 그는 봄 영화사 오정완 대표에게 연락 해 지진희의 출연을 부탁했다. “지진희는 홍콩배우들 사이에서 유일한 이방인이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천사 역에 제격입니다. 그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영화 속에 담을 수 있도록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퍼햅스 러브’는 2일 중국에서 개봉, 첫 주 1,500만 위안(약 23억 원)을 벌어들이며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퍼햅스 러브’의 영화적 완성도와 함께 중국이라는 방대한 시장을 등에 업은 홍콩영화의 저력을 새삼 확인케 한다. 그러나 천커신 감독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다. “저는 중국인에 앞서 홍콩 사람입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을 겨냥한 영화를 만들어야 홍콩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이 매우 서글픕니다.”

‘퍼햅스 러브’는 새해 1월5일 한국관객을 만난다.

홍콩=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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