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글자를 잘못 입력한 어이없는 실수가 잘 나가던 도쿄(東京) 증시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실수를 저지른 것은 일본 4위의 증권사인 미즈호 증권. 8일 오전 이 회사는 법인고객으로부터 “제어콤 주식을 1주를 61만엔에 팔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컴퓨터 단말기에는 이 주문이 ‘61만주를 주당 1엔에 팔아달라’로 잘못 입력됐다. 인재파견회사인 제이콤의 실제 주식총수는 1만4,500주인데 무려 42배에 달하는 가공의 주식을 사실상 공짜로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컴퓨터에는 ‘주문이 이상하다’는 경고가 떴지만 담당자는 무시했다. “통상적으로 자주 나오는 경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개장가가 67만2,000엔이던 주식은 3분만에 하한가인 57만2,000엔으로 떨어졌다. 증권사측은 1분 25초 후 이상을 발견하고 4차례에 걸쳐 주문을 취소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수의 대가는 엄청났다. 미즈호증권의 손실은 300억엔(약 2,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1엔에 내놓았던 61만주 가운데 약 47만주를 다시 사들였다.
대량매입에 나서자 이 주식은 하한가에서 77만2,000엔까지 폭등해 회사를 괴롭혔다. 더 큰 고민은 회수하지 못한 14만주이다. 증권사는 규칙에 따라 거래 4일 후 투자가에게 실제 주식을 건네줘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다른 주식이나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여파로 8일 닛케이 평균지수는 올들어 세번째 큰 폭인 300엔 이상 하락했다. 제이콤 주식의 매매는 9일까지 정지된 상태다. 더욱 큰 문제는 동경증시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요사노 가오루(与謝野馨) 금융ㆍ경제재정성 장관은 “사람의 실수를 기계가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증시 시스템 전반을 재구축할 뜻을 밝혔다.
닛케이 평균지수는 9일 오후 2시 현재 1만5,383.08엔으로 전날 대비 199.72엔을 회복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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