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이후 정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오늘날 저성장이라는 악령에 사로잡혀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그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온 성장 엔진의 동력이 다 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경제가 다시 쾌속 질주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남을 따라 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스스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선도자의 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가 보기에 그간 죽자 사자 1등을 쫓기만 하는 ‘추격 모델’로 쑥쑥 성장해왔지만 이제 추종자가 도달할 수 있는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까지 왔다.
그렇게 한국은 현재 일류의 문턱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일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 파워와 차별성을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리아니티(Koreanity) 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만들어낸 영문 신조어인 코리아니티 경영은 우리의 잠재적 특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에 활용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매혹을 만들어내는 일을 말한다. 즉 프랑스 물건을 살 때 그들의 멜랑콜리한 삶의 일부를 생활로 가져온다는 느낌을 갖는 것처럼 우리도 문화적 브랜드 이미지와 프리미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니티 경영의 첫 걸음은 한국인의 문화적 DNA 지도 분석이다. 한국 사람들은 집단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공동체주의자인 동시에, 뭐든 남만큼은 성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개인주의자다.
또 언제나 생기와 역동성을 잃지 않으며 거친 생명력과 흥청거림이 내면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이중적 가치와 모순을 껴안는데 탁월한 힘이 있고 배움과 근면에 힘쓰는 것도 한국인들의 특질이다.
이러한 한국적 정체성, 즉 코리아니티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사람 중심의 경영을 제시한다. “한국인에게는 바로 사람이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그는 문국현 사장이 이끌고 있는 유한킴벌리를 든다. 4조 2교대제를 도입해 25%의 인력감축 방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평생 학습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해답을 한국의 정체성과 문화에서 찾고자 한 저자의 시각은 새롭고 의미심장하다. “다른 사람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적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의 전략적 방향이 되어야 한다. (중략) 우리는 ‘동양과 서양의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와 유럽,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다리가 되고 길이 되어야 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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