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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갑부들, 中 전통가옥 "내가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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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갑부들, 中 전통가옥 "내가 살래"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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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제국’ 뉴스 코프의 루퍼트 머독 회장과 중국계 부인 웬디는 올해 중국 베이징(北京) 자금성 동쪽 구역에 집을 장만하려고 했다.

머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은 중국 전통의 실외 정원이 딸린, 7개동으로 이뤄진 대형 저택이었다. 겉은 중국 전통주택 그대로지만 내부는 지하에 수영장과 당구대 등을 갖춘 오락실을 만드느라 수리 중이었다.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머독이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베이징 부동산 업계에 돌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계는 머독 이외에도 ‘서양의 큰손’들의 베이징 입성 소식에 들떠있다. 야후를 설립한 대만계 미국인 제리 양, 칭화(淸華)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옮겨간 존 손튼 골드만삭스 그룹 전 사장도 중국 전통의 옛집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경제성장과 현대화 물결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중국 전통의 정원주택이 서구 갑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이 9일 전했다. 중국인들은 낡고 좁아서 불편하다며 허물고 싶어하는 옛집을 웃돈까지 얹어 구입하고 있다.

‘ㅁ’자 모양의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은 베이징 구시가지의 후통(胡同)이라는 뒷골목에 몰려있다. 원래는 황실 인척이나 귀족들이 거주한 대저택이었지만,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한 집에 수십 가구씩 들어가 사는 바람에 가난한 서민의 주거 공간으로 바뀌었다. 베이징 시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거센 개발 바람을 타면서 전통가옥은 몇 년 새 수천 채가 파괴돼 지금은 3,000채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 고유의 풍수사상이 적용된 옛집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서구 부유층은 믿고 있다. 현대식 고층 아파트는 살기에는 편리할지 몰라도 중국의 오랜 역사까지는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원을 절 마당처럼 가꾼 전통가옥에 살고 있는 컨설팅회사 맥킨지 중국사무소 대표 조르쥬 데보씨 부부는 “5,000년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의 삶 자체가 깃든 집인 만큼 10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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