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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치듯 北 때리는 브시바오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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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의 북한 때리기가 심상치 않다. 7일 북한을 ‘범죄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표현했던 브시바오 대사는 8, 9일 연이어 북한인권 국제대회에 참석, 작심하고 북한을 비판했다. 드럼 연주가 프로급인 점에 빗대 “브시바오 대사가 드럼 치듯 북한을 때린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브시바오 대사는 9일 북한인권 국제대회 인사말에서 “북한은 대북 지원물자를 다른 목적으로 유용했고 종교 자유나 투표 권리도 없다”고 비난했다. 브시바오 대사는 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다시 범죄정권이라 부를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의한) 범죄와 화폐위조, 마약수출, 위험한 군사기술 확산, 돈세탁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관의 발언으로는 상당히 강한 톤이었다.

문제는 브시바오 대사의 강경한 대북 발언이 한국 정부의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버시바우 대사가 7일 “북한은 범죄정권”이라고 하자 정부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즉각 유감을 표시했다. 쓸데없는 자극적 언사로 6자회담의 모멘텀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강경 발언과 행보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6자회담에 대한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의 분위기가 점차 꼬여가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미국 행정부의 강경 분위기가 브시바오 대사의 입을 통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합리적 온건파였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입지가 약화되고 매파인 로버트 조셉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의 행동 반경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더욱 커진다. 제이 레프코위츠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서울 인권대회 참석, 대북 금융제재 등이 조셉 차관의 작품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아파하는 인권, 금융제재를 핵문제 해결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브시바오 대사의 발언 역시 미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당기간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듯한 브시바오 대사의 언사를 적절한 수준으로 묶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도 인권대회에서 “남한과 중국 일본이 90년대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해놓고 북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를 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듯한 미국 매파들의 언행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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