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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 내면엔 두 유인원 '내 안의 유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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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 내면엔 두 유인원 '내 안의 유인원'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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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장 비슷한 원숭이인 네 종의 유인원 가운데 가장 늦게 발견된 것은 보노보다. 침팬지와 선후를 다툴 정도로 인간과 유사하다는 이 유인원은 섹스를 매우 즐기는 영장류로 특히 유명하다.

침팬지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데 반해, 보노보는 폭력과 갈등, 분노와 다툼을 잠재우기 위해 섹스를 이용한다.

인간은 때로 분명히 섹스에 탐닉하는 영장류지만, 보노보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보노보는 풍부하고 쾌락적인 성 생활을 즐길 뿐 아니라, 동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파트너와 섹스를 나눈다.

이 ‘카마수트라 영장류’는 무리끼리 부닥치더라도 싸움 대신 ‘집단 난교 파티’를 벌인다. 보노보 집단에서 권력투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암컷의 영향력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 강도는 높지 않다. 보노보는 머리에 꽃을 꽂는 ‘히피족’이고 다른 어떤 유인원보다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共感)이 발달한 영장류이다. 그들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가장 화해의 기술에 능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인간의 친척인 침팬지는 매우 권력지향적이다. 제인 구달이 이미 수십년 전에 연구 보고했던 대로, 또 데즈몬드 모리스가 ‘털 없는 원숭이’에서 다양하게 인용한 것처럼 침팬지는 먹이를 갖기 위해, 암컷을 차지 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세력과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집단끼리 부닥칠 때는 인간 못지 않게 잔인한 방법으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인다.

미국의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가 프란스 드 발(57)은 ‘내 안의 유인원’(Our Inner Ape)에서 인간은 보노보나 침팬지 중 어느 쪽의 본성을 더 가지고 있을까 하는 화두를 던진다.

그 물음은 나아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경쟁일까 협력일까, 우리의 성격을 특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은 증오와 사랑 중 어느 것일까 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마치 사각형의 면적을 낼 때 가로부터 재는 게 좋은지, 세로부터 재는 게 좋은지를 묻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드 발은 ‘우리는 양극단의 성격을 모두 지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우리의 경쟁적인 측면을 사회적인 측면보다 더 강조’하는 우를 범해왔다고 지적한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행태를 인간과 다양하게 비교 설명한 뒤 그가 내리는 결론은 인간의 내면에는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침팬지와 유대나 사랑에 익숙한 보노보라는 두 종의 유인원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저열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상한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기질을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 ‘지구상에서 걸어 다닌 동물 중 내면적으로 가장 큰 갈등을 겪은 동물’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보아 ‘자신의 적이 누구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도와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동맹이 누구인지 분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967년 ‘털 없는 원숭이’를 낸 이후 모리스는 유인원의 행태에 비추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당시에 모리스는 보노보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돌아보면 그의 유인원과 인간 비교는 실은 일면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침팬지 폴리틱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등의 저자로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반열에 드는 드 발은 올해 10월 출간한 이 책에서 유인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진지하게 통찰하는 혜안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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