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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학생 4인방 "한국 전통문화 알수록 매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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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학생 4인방 "한국 전통문화 알수록 매혹적"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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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가을과 섬세함이 스민 전통문화를 잊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영상출판대학의 학생들이 충남 논산 중부대 만화ㆍ애니메이션학과에서 문화 콘텐츠 제작기술을 배우고 있다.

나타샤 마치에프스카야(21ㆍ여), 안나 스타로스티나(20ㆍ여), 콘스탄틴 자로프 (20), 소피아 카스토바(20ㆍ여)씨. 러시아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지만 지방 대학의 한 학과에 이렇게 여럿이 유학 온 것은 드문 일이다. 두 대학이 1년 과정의 공동학위 협약을 체결해 지난 8월 이들을 포함해 총 8명이 한국에 수업을 받았다.

4개월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들은 학교 교육과 생활에 크게 만족한 듯했다. 카스토바씨는 “철저히 실습과 실용학문 위주로 짜인 커리큘럼으로 전공에 대한 감각을 확실히 익힐 수 있었다”며 “러시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모션 캡처(인간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수록하는 기술), 마야(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특수효과 프로그램) 등 첨단 장비와 기술을 다룰 수 있게 된 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마치에프스카야씨는 “공동 과제를 수행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며 친밀감을 한국 학생들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들은 학과 수업 외에 1주일에 한 번씩 전국에 산재해 있는 박물관과 제주도, 광주 비엔날레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을 빠짐없이 찾았다. 한국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고 작품화하기 위해서였다.

“부여 박물관에서 ‘백제 금동향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1,000년 전에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함과 독특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향로에 담긴 의미와 동양적 내세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국 문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스타로스티나씨의 말이다. 그는 기말 시험에 연꽃과 한국 전통의 꽃살문의 이미지를 결합해 형상화한 작품을 제출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답게 낯설게 느껴질 법한 의식주에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법이 없다. 식사로 나온 살아 움직이는 낙지를 보고 놀라기는커녕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되겠다며 동영상 촬영을 하는가 하면, 산사에서 만난 여승의 삭발 의식에 감명받아 그 느낌을 체화하고 싶다며 직접 머리를 민 학생도 있었다.

이들을 지도한 허 강(49) 교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학생들에게 없는 독특한 표현방식이나 아이디어 덕분에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아직 유동적이다.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는 러시아의 국내 사정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자인 분야로 진출하고 싶지만 1년 후의 사정은 아무도 모릅니다.”

방학을 맞아 9일 러시아로 돌아간 이들은 내년 봄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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