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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일부 교수들 '黃교수 논문 검증' 건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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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일부 교수들 '黃교수 논문 검증' 건의 왜?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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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대 소장파 교수들이 정운찬 총장에게 “학교가 나서서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재검증해야 한다”고 건의한 데에는 “그냥 넘어갈 경우 앞으로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 과학자들의 입지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생명과학 관련 일부 교수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황 교수 논문 진위 논란이 널리 보도된 후 그의 논문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실험 데이터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급속히 번졌다.

그동안 황 교수의 연구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서울대측은 이같은 교수들의 움직임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정 총장은 오전부터 총장실에서 점심까지 시켜먹으며 본부 관계자들과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당장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선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직교수와 학장회의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오성환 기획실장은 “과학계가 나서지 않았는데 학교가 먼저 나서는 건 옳지 않다. 여론에 휘둘리지 말자. 의심을 가진 교수들이 프로라면 직접 반증을 보여라” 라는 등의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구윤리국(과학진실성위원회)’을 만들어 이런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했지만, 당장 어떤 조치를 내리는 데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대의 한 교수는 “데이터의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저널들이 우리 과학자의 논문을 심사하기를 더 꺼려할 것”이라며 “국내 교수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우리 과학계의 자정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 논란이 보도되면서 그의 논문을 꼼꼼히 살펴본 전공 교수들은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는 언급할 수 없으나 실험 데이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 데이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저널이 아니라 연구팀이 속한 서울대나 연구비를 지원한 과학기술부가 조사에 나서는 것이 과학계의 원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황 교수 논문을 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같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사이언스는 논문의 실험 데이터에서 적절한 결론이 도출됐는지, 이론에 부합하는지 등을 심사할 뿐 실험 데이터가 진짜인지를 직접 재연하며 확인해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논문심사는 실험 데이터가 거짓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이 전제를 확인해야 할 경우에는 실험실 접근이 가능한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 논문 보조자료에 게재된 사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이 자료를 사이언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직접 피츠버그대 연구윤리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요청에 따라 피츠버그대는 논문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황 교수팀이 소속된 서울대나 연구비를 지원한 과학기술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는 8일 황 교수를 문병 온 길에 기자들에게 “이번 일은 황 교수와 사이언스 간의 문제이며 문제가 있다면 사이언스가 검증할 일이지, 제3자가 나설 일이 아니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튼 서울대측이 이번 파문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학계와 사회적 논란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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