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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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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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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앞바다의 이국적인 매력에만 갇힌 공간이 아니다. 김차규(명지대) 이희수(한양대) 임석재(이화여대) 신정환(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13명의 글을 모은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에서 지중해는 고대 로마와 오스만 투르크족, 이슬람의 문명이 일어나고 충돌했던 곳이며 서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넘나들며 피를 뿌리던 역사의 현장이다.

지중해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와 로마의 여러 신들은 물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유일신들이 성장하고 또 지배했던 곳이다.

‘바로 그때 모든 게 흔들렸다. 바다는 뜨거운 입김을 한껏 토해냈다. 하늘 전체가 불비를 뿌리려고 열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었다.

나는 낮의 균형을 파괴했고, 내가 행복했던 해변의 이례적인 침묵을 파괴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태양을(실은 아랍인을) 향해 권총을 쏜 뒤 ‘찌를 듯이 빛을 내뿜는’ 지중해 시절을 마감한 카뮈, ‘지중해가 말하는 무엇에 따른’ 화가 피카소처럼 지 바다는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는 창작의 원천이었다.

지중해라는 이름은 사실상 7세기 이전까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수단 지역이나 서부 아프리카 사헬 지역, 그리고 고대 오리엔트와 서유럽, 심지어 북유럽 일부까지 걸치는 광의의 개념이었다고 하니, 넓게 잡아 아메리카 대륙과 인도, 아시아까지 지중해가 인류 세계 전체에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지중해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문명이 소통되었던 어느 지역에나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중해학이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동국대 윤명철 교수의 동아지중해론이 좋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인 동북아경제권의 중심부는 바로 동아지중해’이며 ‘세계화가 진행되고 서구 중심의 블록화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동아시아 3국은 다른 권역과 효과적으로 대결하기 위해서 가까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는 동아지중해라는 개념을 통해 ‘무엇보다도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고, 우리가 주변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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