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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율스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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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율스님께

입력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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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2003년 늦가을로 기억합니다. 부산시청 앞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앉아 도롱뇽 수를 놓으며 단식에 들던 스님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 1시간 이상 환경파괴의 실상을 전하며 울부짖었습니다. 고속철도(KTX) 천성산 관통만은 온 몸으로 막겠다는 스님의 의지는 2년이 흐른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으신 듯합니다.

당시만 해도 경제논리 앞에 환경보전은 바람 앞의 등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도롱뇽 소송’을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몸소 일깨워주셨습니다.

정부의 외면, 사법기관의 판결에 스님은 단식으로 항변했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4차에 걸친 단식이 무려 240여일, 100일이나 계속된 4차 단식 때는 온 국민이 스님을 걱정했습니다. 끝내 올 2월 스님은 천성산 발파작업 중단,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3개월 간의 조사가 끝나고 다시 발파가 시작된 지금, 스님은 이를 막지 못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다시 80일이 넘게 두문불출하며 단식중이라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습니다. “내가 죽어야지 천성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남긴 채 그간 머물던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 행선지도 알리지 않고 떠나 이제는 스님의 행방조차 아는 이가 드물다구요.

그래서 편지를 드립니다. 스님!

그 동안 스님의 환경 사랑에 감동했던 이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이라는 스님만의 극단적 방법이 천성산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아니라는 고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롱뇽을 살려야 한다던 스님이 스스로의 목숨을 내거시다니요. 다시 돌아오십시오. 건강한 모습으로 도롱뇽 수를 국민들과 함께 놓아가는 스님을 뵙고 싶습니다.

김종한 사회부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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