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 ‘길가메시 이야기’가 어린이들을 위한 멋진 그림책으로 나왔다. 체코 출신 작가 루드밀라 제만이 쓰고 그린 이 세 권 짜리 그림책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이 압권이다. 마치 색색의 실로 한올한올 정교하게 짠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하다.
길가메시는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 지역을 다스린 왕이다. 그의 생애는 ‘길가메시 서사시’로 남아 인류의 가장 오랜 신화로 전한다. 그의 영웅적인 모험담은 인간적인 매력과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길가메시는 처음 폭정을 일삼는 압제자였으나, 신이 보낸 힘 센 야만인 엔키두와 대결해서 진 뒤 오히려 그와 친구가 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고 훌륭한 왕으로 거듭난다. 여기까지가 1권 ‘위대한 왕 길가메시’다. 2권 ‘이슈타르의 복수’는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괴물들과 싸워 물리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이슈타르 여신은 엔키두를 죽인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상심한 길가메시가 영원한 생명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3권 ‘길가메시의 마지막 모험’이다. 길가메시는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지만, 용기와 착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영원히 사는 길임을 깨닫는다.
루드밀라 제만의 그림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고상하면서도 호사스런 이 그림들은 이국적이고 신비롭다.
날개 달린 사자나 여자의 머리를 한 거대한 새, 사막의 오아시스에 자라는 종려나무, 고대 왕궁의 화려한 내부 장식과 흙 벽돌로 쌓은 웅장한 성벽, 여러 마리 말이 끄는 전차의 위풍당당한 질주 등 그림 속 장면 하나하나는 멀고 낯선 신화의 땅으로 수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며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본문의 글은 어린 아이들에 맞춰 짧게 씌어졌지만, 그림에 반하는 것은 어른들이 더할 것 같다. 7세 이상.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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