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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 쌀의 '세계화'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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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 쌀의 '세계화' 모색해야

입력
200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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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 비준안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였다. 올해부터 10년 동안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의무 수입량을 늘리고 그 일부를 밥쌀용으로 시장에 유통시킨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쌀 수입량은 올해 22만 5,575톤에서 2014년에는 40만 8,700톤으로 증가하며, 시장에 유통되는 수입쌀은 2만 2,558톤에서 12만 2,610톤으로 늘어난다.

첫해에 들어올 밥쌀용 수입쌀은 국내 식용 소비량의 0.57% 정도로 미미하지만 국내산 쌀과 수입쌀 간의 경쟁이 시작되었으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신호이다.

비준안 통과 이후에도 농민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쌀 시장도 개방이 본격화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실천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비준안 통과로 경쟁 본격화

소비자가 원하는 쌀이 생산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쌀을 구입할 때 가격, 맛,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도권 지역 61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떠한 경우라도 수입쌀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가구는 46%, 수입쌀이 국내산보다 싸고 품질이 좋다면 수입쌀을 구입하겠다는 가구가 44%였다.

이는 우리나라 쌀 산업이 유지되려면 가격은 국제가격(관세 포함) 수준으로 하락해야 하고 품질도 고급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품질 고급화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농가 스스로 감내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여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를 국가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소득지원 정책이 마련되었으므로 가격이 하락하여도 농가 소득은 안정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철저한 경쟁논리에 의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쌀 농사는 규모가 작고 고령의 농민이 많은 취약한 구조이다. 급격한 구조조정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소득지원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경작규모 3ha 이상인 농가가 1995년 3만 4,000 가구에서 2004년에는 4만 4,000 가구로 늘어났으며 10ha 이상인 농가도 2,000 가구나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어도 자립 가능한 기업농이 많아질 것이며 여기에 쌀 농업의 희망도 보인다.

소비자에 다가서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320여 개의 대형 도정공장에서 2,000여 브랜드 쌀이 공급되고 있으므로 소비자의 선택이 쉽지 않고 밥맛이 균일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후진적인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오히려 외국 쌀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호주는 연간 50만 톤 정도의 쌀을 생산하지만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선 라이스’라는 단일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가 쌀을 살 때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몇 개가 머리에 떠오르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한다는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판매처를 해외로까지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일본 쌀이 대만에 수출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쌀을 생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 통해 자생력을

수입 개방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과거의 제도, 사고, 행동양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세계인을 겨냥하는 쌀 생산, 유통을 고민해야 한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면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고 발전적 대안 모색이 어려울 수 있다. 농민과 정부 및 관련 기관 모두의 역량을 결집하여 쌀 농업의 자생력을 키우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때이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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