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구 돌봐주기, 이제는 끝.”
정보기술(IT) 대기업들 사이에 계열사간 거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일찌감치 글로벌 경쟁 환경을 체감하면서 자매 기업과의 관계라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이다. 특히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 ‘클린 컴퍼니’ 운동이 확산되면서 불필요한 의심을 거두기 위해 일부러 거래를 끊는 경우도 있다.
SK텔레콤은 7일 이사회를 열고 SK C&C에 전적으로 맡겨왔던 IT 기반시설(인프라) 관리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 C&C를 통해 공급 받아온 전산 장비를 앞으로 직접 구매하기로 했으며, 기존 SK C&C가 보유해온 SK텔레콤용 전산 시설도 모두 487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SK C&C가 SK텔레콤에 전산장비,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운영 인력을 파견하는 등 IT 인프라를 관리해 주고 거둔 수익은 지난해에만 4,200억원에 이른다.
이는 SK C&C 전체 매출(9,388억원)의 45%에 해당하는 액수다. SK C&C는 앞으로 SK텔레콤에 인력 파견을 통한 시스템 매니지먼트(SM) 업무만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매출도 연간 2,000억원 대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수익원이 다급해진 SK C&C는 최근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판매와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계열사는 물론 사업부 간에도 ‘봐주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보통신부문의 경우 카메라폰용 반도체 부품을 경쟁사인 마그나칩(하이닉스에서 분사)에서 공급 받고 있으며, 반도체 부문은 미국 애플에 대용량 플래시메모리를 저가에 공급함으로써 디지털미디어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MP3 사업부의 원성을 들었다.
디지털미디어부문은 자사 액정화면(LCD) 부문에서 생산하지 않는 37인치짜리 LCD를 이용해 TV를 만들고 있다. 또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 기능의 디지털카메라를 슬그머니 개발해 삼성테크윈으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LG텔레콤도 올해 말부터 LG전자의 기지국간 교환기 구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LG전자의 기지국간 교환기는 최대 25만명의 통화를 연결해 주는 제품으로 전국에 28대가 설치돼 있으며, 대당 가격이 40억원에 이른다. LG텔레콤은 비용 절감과 함께 통신망 운용을 고도화 한다는 측면에서 I사, N사 등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한 장비를 사용키로 했다.
이 장비의 가격은 대당 20억원에 불과하다. LG텔레콤은 연말까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한 기지국을 20개까지 늘리고 내년에는 1,000여 개 기지국으로 확대해 통신망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할 계획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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