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정부 대북정책의 지렛대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노벨상 수상 5주년을 축하하면서 북한 방문을 권유했다. 7,8분 가량 진행된 통화에서 노 대통령은 “건강이 허락하시면 이전부터 얘기가 있었던 북한을 한번 다녀오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며 “김 전 대통령이 가시게 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에 이어 노 대통령까지 김 전대통령 방북 권유에 가세한 것이다. 올 8월16일 김기남 8ㆍ15 민족대축전 북측 단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전한 바 있어 김 전 대통령은 남북 최고지도자로부터 방북 요청을 받은 셈이 됐다.
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정부가 DJ 방북을 대북 정책의 주요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북핵 9ㆍ19 공동성명이 나온 이후 3개월간 핵 폐기 이행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금융제재 문제로 북미간 관계가 급랭하고, 최근 남북 관계 마저 껄끄러워지는 상황에서 DJ 방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대통령은 신중한 입장이다. 양봉렬 비서관은 “구체적인 문제는 확정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의 건강을 감안한다면 당장의 방북은 사실 어렵다.
김 전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방북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현직을 떠난 만큼 주역은 어디까지 현 정부일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던 김 전대통령이 어떤 시기를 택할지가 주목된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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