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자정, 홍대앞 클럽 NB. “끼악!”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세례에 옷이 흠뻑 젖어도 그들을 즐겁기만 하다. 일명 워터 파티. 한쪽에 설치된 작은 샤워룸의 샤워기로 한바탕 물난리를 피운다.
맥주 몇 병에 기분도 나겠다, 춤 때문에 열도 나겠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까지 동원하니 점입가경이다. “춤으로 일단 땀을 화끈하게 내고 물장난을 치는 기분, 최고지요.
안 해 보곤 몰라요! 한겨울이지만 여긴 어찌나 더운지…, (물세례 한 판 하고 나면) 시원할 뿐입니다. 온갖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연말 파티도 여기서 할겁니다.” 조민경(21ㆍ학생)씨는 잔뜩 흥분돼 있었다.
30분 뒤, 건너편 클럽 ‘할렘’ 역시 엄동설한이 무색하다. 헐렁한 바지에 탱크 탑만 입은 남녀가 스테이지를 누비며 부비부비(몸을 비벼대는 댄스)를 춘다. 제 아무리 콧대 높은 여자라도 이 곳에서만은 처음 본 상대에게 자연스런 춤 터치가 허락된다.
힙합이면 힙합, 테크노면 테크노, 이들은 음악에 맞춰 순식간에 몸짓을 바꾼다. 기다리던 음악이 나오면 고래고래 소리치기도 하고 춤꾼이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춤 상대를 바꾸기도 한다.
한 손에는 맥주병,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든 클러버(클럽을 즐기는 사람)들이 짧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무대로 뛰어든다. 1시쯤 되자 1층, 지하 할 것 없이 빽빽히 차오른다. 겨우 비집고 몸을 흔들 수 있을 정도.
스테이지 없이 일반 식당처럼 테이블 위주로 돼 있는 ‘올드락’에는 앉아 있는 그룹도, 맥주병을 들고 서성이며 춤을 추는 그룹도 있다. 지나간 팝도 틀고, 가요도 나왔다.
30대 이상이 주고객. 이른바 ‘홍대 앞’은 대학생들만의 해방구가 아니다. 정서에 맞는 노래들을 많이 틀어줘 가끔 온다는 직장인 권용기(33)씨는 “이 동네는 클럽 종류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뭣보다 장점”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ㆍ중반 마니아층이 주를 이루던 그 일대가 버전 업을 시도하고 있다. 향유층 중심 이동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4월부터의 ‘사운드 데이’. 매달 둘째주 금요일 기존 ‘클럽 데이’(뒷면 설명 참조)와 같은 방식으로 8개의 대표적 클럽에서 각종 라이브 공연을 여는 이 날이 오면 30~40대가 부쩍 늘었다.
펑키족과 넥타이 맨 아저씨 부대가 서로 묘하게 삼투해 가기 시작했다. 기계적 댄스 뮤직과 댄스만이 주를 이루는 여타 클럽들과는 차별화 된 이 곳의 유희 문화 덕택이랄까, 한층 다채로와진 그 일대의 밤풍경덕에 한국의 문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오직 일일신(日日新)의 논리로만 작동되는 그 동네, 홍대 앞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재미 없거나 새롭지 않으면 죄악이다. 시시각각으로 형태를 바꿔가는 거기에 대고 시쳇말로 트랜드 운운 하기도 멋적다. 트랜드라는 간판으로 고착될 무렵, 그들은 또 다른 반역을 꿈꾼다. 자 이제, 그들만의 회합속으로….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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