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막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앞두고 참가국 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설전에는 동남아 일부국가도 가세해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이번 회담의 논란거리로 등장할 것임을 예고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은 7일 일본 기자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과 신문들이 뭐라 그랬다고 해서 그만두는 것은 일국의 총리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강행을 지지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및 외무장관 회담이 무산된 것을 변호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지나간 일이 미래의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후 일미동맹의 강화를 외교의 기축으로 한 것이 아시아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쩡찡홍(曾慶紅) 중국 국가부주석은 중국을 방문중인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일본 사민당 대표에게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참배는 중국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손상시켰다”며 중일관계가 악화된 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관계국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스쿠니 문제가 6자 회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종일 주일 대사도 도쿄 외신클럽에서의 연설에서“아무도 야스쿠니 문제를 외교카드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고이즈미 총리가 왜 이를 외교카드로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공개 비판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중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아세안+3(한중일)’내부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일반 국민은 모르겠지만 총리는 참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은 전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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