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20) 겨울, 노인의 적 '낙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20) 겨울, 노인의 적 '낙상'

입력
2005.12.08 00:00
0 0

예상 밖으로 눈이 많이 내려 피해가 많았습니다. 겨울철에 눈이 온 다음날 응급실에는 골절을 입은 분으로 붐비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렇게 미끄러지고 넘어져서 다치는 낙상은 어떤 나이에도 생길 수 있지만 노인에게 훨씬 더 잘 생기고 다쳐도 크게 다치게 됩니다. 65세 이상 노인에서 치명적이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면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낙상입니다.

사실 노인들은 앓고 있는 질병이 진행되어 신체 기능에 문제가 많이 생겨서 더 쉽게 낙상을 입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중풍을 앓아서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관절염이 진행되어 균형을 잘 잡지 못하니까 훨씬 더 넘어지기 쉬운 것이지요. 그래서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바로 낙상입니다.

낙상을 잘 일으키는 요인이 있습니다. 근력 약화가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서 근력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낙상 위험이 약 4배로 증가합니다.

다른 병으로 이미 균형을 상실하거나 걸음걸이가 불안정한 분은 3배, 과거에 낙상을 입은 사람은 3배, 시력감소는 2배, 관절염도 2배 정도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데 연세 많이 드신 어르신들은 이런 조건을 대개 한 가지 이상 갖추고 있을 때가 많으니 낙상을 입을 위험이 훨씬 더 큰 것입니다.

낙상으로 인한 손상도 노인들에서 더 심합니다. 특히 낙상으로 척추의 압박골절이나 대퇴부 혹은 엉덩이 관절의 골절이 일어나면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미 몸이 약해져 있는 노인에게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낙상을 입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은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겨울철에 거동을 잘 하지 않아서 문제되기도 합니다. 즉 거동을 하지 않으니 운동도 부족해지고 점점 몸이 더 쇠약해져서 당뇨병이 있는 분이라면 당 조절도 안 되는 식으로 기존의 병세도 나빠지고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낙상을 입을까 두려워하는 것도 낙상 자체만큼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낙상은 예방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조치가 낙상의 가능성을 줄여주고 낙상이 생기더라도 손상을 최소화해줄 것입니다. 첫째, 각 가정의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집 안 거실과 방을 밝게 합니다. 전기 요금 아끼느라 어둡게 해놓으면 사고로 치료비가 더 들어갈지 모릅니다.

미끄러운 마루바닥이나 욕실과 욕조 안, 또는 부엌에 깔개를 깔아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 카펫을 쓰는 집에서는 찢어진 데가 없는지 살피시기 바랍니다. 집 안에 계단이나 마루의 높낮이 있다면 특히 이런 조치를 더 잘해 놓아야 하겠습니다.

둘째, 노인들의 떨어진 시력을 교정해 주어야 합니다. 백내장이 악화되어도 그냥 노안이 심해지는 것으로 알고 지내시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집 안에 연기가 가득 차도 모를 정도로 백내장을 갖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모두 낙상의 위험요인이지요.

셋째,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근력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운동은 근력을 유지시켜주고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단련이 잘 되어 있으면 손상을 입은 후에 회복이 빨라집니다.

넷째, 연세 드신 분은 잡수시는 약도 가짓수가 많습니다. 이런 약물의 영향으로 낙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약들, 특히 진정제, 항우울제, 수면제, 이뇨제 같은 혈압약, 기타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많은 약제들이 낙상 위험을 높입니다. 혹시 낙상할 뻔한 경험이 있으신 분은 자신이 복용 중인 약제에 관해 주치의와 꼭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신발도 잘 선택해서 신어야겠지요.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소재가 좋겠고 겨울철 눈 온 후에 외출할 때는 등산화 같은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여러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분은 휠체어나 워커, 지팡이 등을 적극 사용하시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또 과거에 낙상을 입었거나 골절이 생겼던 분은 엉덩이를 보호할 수 있는 두툼한 보호복을 입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철에 연세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낙상을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