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컬렉션은)작은 규모이지만 아주 잘 조직된 행사였습니다. 파리는 물론 뉴욕, 런던, 홍콩 등 유명 컬렉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고루 참가해 각각의 특성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국내 유일의 국제적 패션 컬렉션인 ‘2006 S/S 부산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한 유명 디자이너 베로니크 뢰로이의 말이다. 뢰로이는 벨기에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며 뛰어난 소재와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인물.
입체 패턴으로 유명한 파리 베르소 스튜디오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야의 보조 디자이너를 거쳐 199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로 파리 컬렉션에서 활동중이다. 한국 방문은1998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부산 컬렉션은 이번이 첫 참가다.
1일 전야제를 장식한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통해 한국 디자이너 쇼를 처음 봤다는 그는 “자유로움과 개성, 디자이너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놀랍더라”며 감탄했다. “자기 색깔이 확실한 디자이너를 만나는 건 쉽지않거든요. 앙드레 김 쇼는 마치 칼 라거펠트와 칸사이 야마모토(1970년대 일본의 유명 패션디자이너)를 한데 섞은 듯 인상적이었어요.”
2일 오후 3시 30분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패션쇼에서는 예식 의상과 결혼 예복 등에서 얻은 영감을 흰색과 흑색으로 풀어낸 린넨 수트와 셔츠 앙상블들이 다수 선보였다.
톡톡한 느낌의 질 좋은 린넨은 고딕 스타일의 엄격한 재단과 다양하게 변주된 소매 볼륨 처리로 인해 복고적이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담아냈다. 실크와 시폰 등 하늘거리는 소재로 만든 롤리타 룩 스타일의 숏 팬츠와 초미니 원피스는 공기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보였다.
베로니카 뢰로이는 국내에서는 현재 롯데백화점 명품관이 운영하는 편집 매장 엘리든에서 선보이고 있다. 코트 한 벌에 250만~300만원을 호가하지만 엘리든 담당자에 따르면 매출 기준 베스트 3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좋은 브랜드. 내년도에 청담동에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편 5회째 열린 부산프레타포르테컬렉션에는 뢰로이를 비롯, 2004년 런던 패션 프린지상을 수상한 바소앤브룩, 뉴욕컬렉션의 신예 데니스 가뇽, 홍콩의 도리안 호, 벨기에 앤트워프 아카데미 출신으로 파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크리스티앙 베이넝스, 홍은주씨의 남성복 브랜드 엔주반옴므 등 국내외 13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 APEC정상회의로 한껏 고무된 부산시에 활기를 더했다.
부산=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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