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의 학문적인 재조명을 목적으로 연중 포럼을 진행해온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가 9, 10일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박정희 시대와 한국 현대사’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최근 몇 년 사이 박정희 개발독재의 공과(功過)를 논하는 자리가 많았지만 참가 학자들의 면면이나 규모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학술행사다.
첫 발표자로 나서는 미국 동서문화센터 조이제 수석고문은 박정희에 대해 ‘연성 권위주의’를 행사해 ‘국가발전에 기여한’ 지도자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나아가 ‘박정희 리더십은 한국 근대화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이끌어냈지만 후발 자본주의 발전국가의 리더십을 제도화하지 못하여 결국 근대화 개혁정책을 지속으로 발전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대중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류상영 연세대 교수는 개발국가론의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1970년대 중반 이후 들어 권위주의가 강화되면서 박정희 모델의 유지비용이 효용보다 커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을 부정하는 논문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 받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20세기 한국근대경제성장사에 있어서 박정희의 역사적 역할’ 발표도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통령을 당시 ‘이론이나 실무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규정하는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은 20세기 한국 경제 발전의 경로성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한국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한 ‘20세기 초부터 이어져온 시대의 마지막 개명군주였다’고 주장한다. 토론자로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인 경상대 장상환 교수가 나서 열띤 논쟁이 예상된다.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는 ‘조국근대화론 대 대중경제론’ 발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널리 알려진 대중경제론은 80, 90년대 들어 두 차례 변신한다며 그 변신은 ‘애초 그것을 집필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변절이지만 박정희 모델의 입장에서는 투항의 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는 ‘결국 김대중의 정치적 성공은 그가 그렇게 싫어하던 박정희 모델의 대외개방적 발전전략과의 화해를 통해서 성취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까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교수의 토론도 주목된다.
이밖에 김동춘(성공회대) 한도현(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박정희 시대의 민주화운동과 대중동원을, 박명림(연세대) 한홍구(성공회대) 교수가 박정희의 통치철학과 국가전략을 재조명한다.
해외에서는 파리정치대학 기 에르메 명예교수와 데이비드 강(미국 다트머스대) 스티븐 리(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발표자로 참가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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