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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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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래스카

입력
200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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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는 ‘해방 황제’로 불린다. 그는 여타 유럽국가와 달리 1860년대까지 존속돼온 농노제를 철폐하고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구한 인물로 꼽힌다. 물론 바탕에는 크림전쟁 패배에 따른 혁명정세를 다독이면서 부패한 지주계급의 힘을 약화시켜 전제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어쨌든 러시아는 1861년 농노 해방령을 계기로 나로도니키 운동 등 급격한 사회변혁을 겪으면서 볼세비키 혁명으로 치닫게 된다. 그 중심에 있던 황제는 국내외에서 치세를 쌓던 중 1881년 과격세력에 의해 암살되는 비운을 맞는다.

▦알렉산드르 2세는 러시아혁명사 뿐 아니라 미국 근대사를 말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덴마크 탐험가 베링이 1741년 발견한 이래 러시아가 통치해오던 알래스카를 1867년 720만달러에 미국에 팔았다.

빈약한 황실재정과 광할한 영토 지배에 고민하던 그로선, 쓸모없는 동토(凍土)에 관심을 가진 미국이 도리어 어리석게 보였던 것 같다. 실제로 당시엔 720만달러도 막대한 돈이어서 오히려 미국 의회의 반대가 더 거셌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링컨의 뒤를 이은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이다.

▦두 사람은 “눈덮힌 땅이 아니라 그 안에 감추어진 무한한 보고(寶庫)를 사자는 것”이라는 논리로 의회를 설득해 뜻을 이루는데, 이후에도 한동안 알래스카는 ‘수어드의 아이스박스’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말이 ‘수어드의 황금박스’라는 찬사로 바뀌는데는 몇 년 걸리지 않았다.

석유와 금이 쏟아지고 항공운송과 관광의 요충지임이 드러난 것이다.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국가를 통합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존슨 대통령의 치적을 말할 때도 미국 역사상 최대의 횡재였던 ‘알래스카 매입사건’은 빠지지 않는다.

▦한반도의 8배로 미국 최대 주인 이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되팔아 천문학적인 재정ㆍ무역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를 구하자는 글이 얼마전 워싱턴포스트에 실려 화제가 됐다.

컬럼니스트 스티븐 펄스타인이 추정한 매각가는 매입가의 14만배인 1조달러. 러시아가 유가폭등으로 500억달러를 넘는 오일달러를 보유 중이며,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구미에도 맞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자 러시아 언론과 정치인들도 “알래스카가 우리 품으로 되돌아오는 날을 국경일로 삼자”고 호들갑을 떨었다. 만우절 농담 같은 이 광경엔 역사의 아이러니가 녹아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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