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선을 치르는 칠레에서도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 점쳐지고 있다.
집권 중도좌파연합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들의 협의’의 미첼 바첼렛(54) 후보가 40% 안팎의 최대 지지율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위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11일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내년 1월15일 결선투표를 거쳐야 당선이 확정될 예정이지만, 당선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칠레의 첫 여성 국방장관 기록도 세운 바첼렛 후보는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과 같은 사회당 소속으로, 경제성장과 안정을 이룬 라고스 대통령의 후광도 업고 있다.
바첼렛 후보는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 퇴진 이래 연속 집권하고 있는 중도좌파연합의 단일후보로서 일찍부터 두각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초 발표한 조사에서는 9월에 비해 지지율이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39%였지만, 변함없이 2위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다.
반면 우파 진영은 단일 후보를 내는데 실패했다. 현지 항공사와 방송사 등의 주요주주인 사업가 세바스티안 피녜라(국민혁신당) 후보와 지난 대선에서 라고스 대통령과 결선까지 벌였던 호아킨 라빈(독립연합당) 후보가 각각 지지율 22%, 16%로 우파 지지표를 분산시키며, 결선투표 티켓을 다투고 있는 정도다.
패트리시오 나비아 뉴욕대 교수는 “바첼렛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누구와 맞붙든지 표차를 더 늘리며 낙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첼렛 후보가 당선되면 라틴아메리카 정치에도 ‘우먼파워 돌풍’이 몰아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금까지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1990~1996), 파나마의 미레야 모스코소(1999~2004), 가이아나의 재닛 제이건(1997~1999) 등 3명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
하지만 네번째 여성 대통령이 유력한 바첼렛 후보는 3명의 자녀를 둔 이혼녀로서 보수적 가톨릭 사회의 금기를 정면으로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첼렛이 당선될 경우 내년 4월 대선을 치르는 이웃국가 페루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한 여성 민주인사 로우르데스 플로레스의 대권 도전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며 중남미의 여풍 도미노를 전망했다.
바첼렛은 피노체트의 집권 초기 고문으로 옥사한 공군 장성의 딸로, 호주와 동독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외과의사 출신으로 라고스 대통령 정부에서 보건장관과 국방장관을 지냈다. 여성인권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으며 자유무역을 기조로 사회복지 개선을 추진하는 라고스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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