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차별행위를 시정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시정명령권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차별금지법 시안을 8일 발표했다.
인권위가 2003년부터 제정을 추진해온 이 시안은 총 4장 44조로 이뤄져 차별행위의 정의,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 시안은 차별을 ‘성별 장애 등 20가지 이유로 고용 교육 법집행 등에 있어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ㆍ구분ㆍ제한ㆍ배제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지금까지 인권위가 권고 등 강제력이 없는 구제 수단만을 지녀온 것과 달리 이 시안은 인권위가 차별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정했다.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인권위는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이 달 중 시안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고 내년 중 의원발의 등으로 입법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최초로 구체화하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 법이 제정되면 여성부 노동부 등에 흩어져 있던 차별 구제 기능을 인권위로 일원화해 우리나라 인권의식 향상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정명령에 대해 피명령 기관의 이의로 소송이 발생하면 인권위의 판단이 법원의 판결에 종속될 수 있다”며 “이는 행정ㆍ입법ㆍ사법 3부의 어느 곳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기관이라는 인권위의 성격에 반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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