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겨울, 한국 언론사는 잊히지 않을 전환의 계기를 맞는다. 전국 출판노동조합 한국일보사 지부의 발기. 독재 유신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다.
노조 설립신고서는 당연히 반려됐고, 당시의 주역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어진 법정투쟁…, 한국일보 기자노조는, 동아일보 노조가 ‘거리의 노조’였듯, 이른바 ‘재판소 노조’로 그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13년 뒤 한국 언론사상 최초의 한국일보 노조 탄생의 거름이 됐다. 그 지난한 투쟁의 역사가 ‘1974년 겨울-유신치하 한국일보 기자노조 투쟁사’(미디어집 발행)라는 제목을 달고 책으로 나왔다.
책에는 자유 불모(不毛)의 장벽에 맨 몸으로 부딪쳐 저항했던 당시 기자들의 순정한 의지와 열정, 고통의 증언들이 차가운 역사의 언어로 기록돼 있다. 노조 결성 준비과정서부터 설립, 활동, 재판 투쟁의 기록, 언론인과 언론학자, 정치인 등의 당시의 단상과 돌이켜 본 감회 등도 수록됐다.
이 기록들은 과거의 죽은 역사가 아니라 오늘 이 땅의 여전히 척박한 언론 풍토- 오도된 자유와 은폐된 억압의 굴레를 벗어 던질 수 있는, 웅장한 지침으로써 더욱 절실하다. 이제 50, 60대의 노객(老客)이 된 당시의 주역들이 이 책을 기획하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책의 출판기념회는 12일 오후6시39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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