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와 독신자 급증으로 가계소득과 가계소비 통계가 실제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계청이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가구별 소득과 소비통계를 잡고 있어, 소득이 많은 독신가구의 위력과 가족수 감소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7일 ‘최근 실질가계소득의 변화’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통계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저출산과 독신자 급증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밝혔다. 한은이 문제 삼은 것은 통계청이 분기별로 조사하고 있는 가계수지동향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3ㆍ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실질소득은 0.2% 줄었고,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도 1.3%로 부진했다.
한은은 그러나 통계청이 2인 이상 가구만 조사함으로써 독신자의 소득과 소비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초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독신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은 돈도 잘 벌 뿐더러 결혼한 사람들에 비해 씀씀이도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의 200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 가운데 상위 20%의 연평균 소득은 1,699만원인 반면, 1인 가구 중 상위 20%의 소득은 2,546만원에 달했다.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올해 17%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조사에서 소비지출이 낮게 나오는 것도 독신가구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2분기와 3분기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각 –0.1%,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내의 모든 소비가 잡히는 한은 국민계정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2.8%, 3분기 4.0%에 달했다. 평균보다 웃도는 독신자들의 소비성향이 통계청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설령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올해 3분기 가구원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은 통계청에서처럼 마이너스가 아니라, 1ㆍ1%로 여전히 증가세라는 게 한은 주장이다. 애를 적게 낳고 부모와 따로 사는 가구가 늘면서 가구당 가구원 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가구당 소득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실제 가계의 소득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독신가구를 포함하거나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소비회복을 위한 소득기반은 양호하다”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0%대이지만, 이는 주로 기업의 소득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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