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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결혼 앞둔 그녀, 낯선 男과 하루 로맨스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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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결혼 앞둔 그녀, 낯선 男과 하루 로맨스 '애인'

입력
200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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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인’은 사랑과 결혼, 그리고 더러 결혼의 전제로 사랑보다 더 우선시하는 로맨스에 대한, 뜻밖에 깔끔한 세태 보고서다. 깔끔하다 함은, ‘결혼을 앞둔 여자에게 찾아온 낯선 유혹’이라는 통속의 도식을 너절하게 펼치지않는 서사의 압축미, 당사자에게는 영혼의 시간이라 해도 좋을 단 하루의 로맨스- 그 감정의 격랑을 비교적 거스러미 없이 전달하는 형식 때문이다.

여자(성현아)는 7년 사귄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매듭 디자이너다. 그녀의 잔잔한 삶에 한 남자가 개입한다. 건축가로서의 일을 접고 내일이면 돌아올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날 참인 남자(조동혁). 두 사람은 한눈에, 마치 매듭처럼, 얽혀 든다. 그들의 얽힘은 각자의 삶을 매고 있던 낡은 매듭들이 느슨했기 때문임은 당연하다. 두 남녀는 갤러리- 클럽- 아파트 모델하우스- 도산 공원 등 시간과 장소를 옮겨가며 ‘성인 멜로’의 문법을 충실하고 과감하게(!) 따른다.

하루 낮 밤을 함께 보낸 그들의 아침은, 영화 ‘메디슨 카운티…’에서 폭우 속 낡은 트럭에 앉아 떠나는 연인을 바라보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표정처럼, 무겁고 어둡다. 그들에게 그 아침은, 불륜의 흔적처럼 너저분해지기에는 너무 짧고, 해장국 한 그릇씩 마주하고 앉아 각자 새로운 하루의 스케줄을 챙기려 들기에는 너무 깊다.

남자보다 여자의 내면에 가까이 닿은 카메라의 시선은, 결혼 야외사진을 촬영중인 여자의 처연한 표정으로 직입(直入)한다. 어제의 흔적을 더듬는 오늘 여자의 표정에서, 내일, 그리고 이어질 긴 내일들의 표정이 엿보였다면 과장일까. 영화는 결혼이나 오래된 사랑에 대한 환상을 전복함으로써, 너절한 굴레일 뿐인 결혼 속으로 투신하는(또 투신했거나 하려는) 숱은 이들의 헛헛함을 채워주고 할퀸다.

상반신만 기억되는 남자 배우의 거친 연기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영상의 무게감이 서사의 지지력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멜로로서는 드물게 뒷심이 돋보이는 영화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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