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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연극은 한국영화의 미래다

입력
200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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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데이비드 그리피스(1875~1948) 감독은 유랑극단 출신이었다. 어릴 적부터 연극의 매력에 일찌감치 빠져든 그는 영화를 지독히도 혐오했다.

“그 따위 것을 보는 사람들은 총에 맞아도 싸다”는 악담을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 족으로 ‘변절’한 연극동료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리피스는 후에 그 스스로 영화로 전업,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감독이 됐다. 대표작 ‘국가의 탄생’ ‘인톨러런스’ 등을 통해 클로즈업, 교차 편집 등 근대 영화의 문법을 만들어냄으로써 ‘영화예술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게 됐다.

연극과는 엄연히 다른 장르지만 영화는 연극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연극은 여전히 영화에 좋은 영감을 줄뿐 아니라 배우와 감독 등 유능한 인재를 끝없이 제공하는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의 예를 들 것도 없다. 한국영화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는 잘 알려지다시피 연극 배우 출신이다. 올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남우주연ㆍ조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한 황정민도 ‘지하철 1호선’ 무대에서 기량을 닦았다. 최근 한국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웬만한 주연과 조연은 모두 연극계에 몸담았던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극 배우들의 스크린 진출이 잦아지고 이들이 영화계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면서 그리피스 감독처럼 “배신자”라는 극언을 마다하지 않던 연극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이 누그러졌다. 비록 몸은 떠났지만 친정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도 남다르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대학로에 돌아온 스타 감독 장진은 “영화로 돈을 모으면 공연장을 하나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연극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내비친다.

진정한 영화광에게는 연극을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한 방편일 수 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대작들로 채워지는 연말극장가가 별 실속 없이 느껴진다면 한번쯤 대학로를 찾는 것도 좋다. 연극을 보면 한국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뭇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미래의 스타 배우를 미리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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