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가 미국 및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컴퓨터 프로그램 ‘끼워팔기’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라고 결정,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앞으로 PC운용체제인 윈도를 판매할 때 자사의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제거하거나, 지금처럼 끼워팔 경우 경쟁사의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센터도 함께 탑재하라고 명령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001년 9월 공정위에 MS의 불공정혐의를 신고한 지 5년여만에 내려진 이번 결정은 세계적 정보기술(IT) 공룡업체에 내려진 첫 국내 제재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달 다음이 MS로부터 31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화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높은 조치가 가해진 것은 시장경쟁 촉진 및 소비자 이익 보호에 대한 공정위의 의지를 보여준다. 강철규 위원장이 “MS가 결합판매를 통해 시장경쟁을 봉쇄하고 독점화하는 한편 PC 운용체제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여 경쟁과 소비자 이익을 저해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심의기간이 길어진 것은 고심도 컸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MS는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 기능을 통합한 것은 소비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고 윈도 기반의 호환기기 제조업체나 응용프로그램 개발자에게도 큰 기회를 준다”고 주장해왔고 최근엔 공정위의 결정이 불리하게 내려지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려왔다. 또 현실적으로 윈도 결합제품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고 한다.
공정위가 ‘끼워팔기 금지’ 대신 ‘타제품 동시탑재’ 버전을 함께 제시한 것은 이런 사정을 대변한다. 또 과징금 규모가 MS 매출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점에서 직접 타격보다 시장규율 과시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남은 문제는 한국의 IT업체들이 메신저 등 강점을 가진 부문에서 우위를 확보해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기술혁신 노력을 퇴보시키는 결정”이라는 MS의 오만한 소리를 다시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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