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처음에는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대해 ‘국익’에 반한다는 여론의 몰매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란 관점에서의 대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곧이어 악의적인 제보에 의해 취재가 시작되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취재과정에서 취재원에 대한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취재윤리’ 문제로 비화하였다.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한국 과학자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준 획기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학자들과 종교계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우리보다 먼저 생명공학 연구를 시작한 외국의 과학자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서 장애에 부닥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못해
여기에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고민과 한계가 있다. 황 교수도 종교인과의 만남에서 생명윤리를 강조한 바 있다. ‘살아있는 인간’을 구하기 위한 생명공학 연구에서 또 다른 생명을 희생하지 않는 연구방법은 없을까?
한편 언론은 사건과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 사실을 취재하고 이를 보도할 자유와 책임이 있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생명윤리가 강조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그 성과와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PD수첩이 황 교수팀의 연구과정과 결과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취재ㆍ보도하고자 한 것은 무조건 비난할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자유가 그렇지만 언론의 자유에도 책임과 한계가 있다. 특히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오늘날의 언론에 대해서는 그 자유와 함께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되, 개인의 권리와 충돌될 때에는 공익적인 관점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보도하여야 한다.
개인의 권익과 공익을 비교하여 공익적인 관점에서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에 한해서 보도를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PD수첩은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취재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바탕에는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만 보도하였을 뿐 그 연구가 가지는 양면성, 특히 생명윤리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였다는 점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
연구를 방해하거나 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언론은 연구 성과와 함께 연구 과정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강조하였어야 했다.
●과학도 언론도 윤리회복을
이번 사태의 경험을 통해서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풍토를 고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정권과 경제물신주의의 영향으로 고유한 공동체 의식이 퇴조하고, 서구의 합리주의적 윤리관마저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이는 과학자와 언론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윤리의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생명윤리에 대한 철저한 문제의식,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 이 모두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회복하여야 할 윤리의식의 하나이다.
김인재 상지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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