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시험시간에 친구의 답안지를 슬쩍 훔쳐 본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가방 너머로 시험지를 살짝 곁눈질했든, 중ㆍ고등학교 때 건너 줄에 있는 OMR카드를 훔쳐보았든 간에 한 문제를 더 맞히느냐 양심을 지키느냐 하는 갈등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대학에 와서도 이러한 갈등은 계속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갈등이 조금 덜해졌다는 것일 뿐.
최근 대학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너무 심해졌다. 일부 신입생들은 시험공부를 할 때 교재를 펼치기도 전에 선배로부터 시험문제를 모아놓은 노트, 소위 ‘족보’를 먼저 구한다. 또한 시험 직전에 공책에 정리해놓은 강의 내용을 외우기는커녕 시험을 치르는 책상에 적어 놓느라 바쁘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아예 맨 뒤에 앉아 공책을 보면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에서 시험 부정행위가 이렇듯 버젓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바로 제재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부정행위가 적발됐을 때 그 시험만 영점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혹시 담당교수가 엄격해서 그 과목에서 낙제했다고 하더라도 재수강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중ㆍ고교 시절에는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해당 과목이 영점 처리됨은 물론 생활기록부에도 기록이 남는다. 최근 대입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갖고 있던 학생이 부정행위 처리되어 내년까지 수능 응시 자격이 박탈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범이 되어야 할 대학생에 비해 오히려 나이 어린 중ㆍ고생들이 중징계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들의 의식구조이다. 자신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받으려 하지 않고, 부정행위를 하면서도 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직하게 자신의 실력대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에 앞서,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대학생 역시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심을 팔아버린 대학생은 진정한 지성인이라 할 수 없다. 시험 부정행위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비리와 부조리로 얼룩진 기성세대를 당당히 비판하려면 우리 자신부터 도덕적이고 건전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권해봄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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