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어제 유신독재 정권시절의 대표적인 시국사건인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이 정보기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력자의 자의적 요구에 따라 수사 방향이 미리 정해졌으며 무리하게 이들을 반국가단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 강요와 고문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진실위는 특히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대법원의 상고기각 결정이 나온 지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집행된 것과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국 유신정권은 대학가의 반독재 시위를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인혁당이 배후조종한 것으로 조작, 관련 인사들을 사형에 처함으로써 당시 대학가에 급속히 확산되던 시위를 잠재우려고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도 인혁당 사건을 조작극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지만 권력자의 뜻에 따라 국가기관에 의해 ‘사법살인’이 저질러졌음이 이번 조사결과로 거듭 확인됐다.
국제법학자협회가 이들의 사형이 집행된 1975년 4월9일을 ‘사법사상 치욕의 날’로 선포했을 만큼 이 사건은 우리 사법사에도 치욕적인 오점을 남겼다. 비록 과거 유신독재시절의 일이나 사법부와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는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결과 발표 이후 재심이 청구돼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재심절차가 신속히 진행돼 사법적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하며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소명기회가 없이 정황에만 근거한 과거사 규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약하다.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어두운 시대 국가기관의 잘못을 바로 잡고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풀어 주는 데 협력하는 게 옳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