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도리어 병을 키우거나 새로운 병을 얻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001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접수된 건강검진 관련 소비자불만 302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2건은 질병 오진으로 병을 키운 경우였고,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도 10%나 됐다고 6일 밝혔다.
평소 소화불량, 변비 등의 증세가 있던 40대 주부 박모씨. 아무래도 불길한 생각이 들어 2001년 11월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직장, 대장 등을 집중적으로 검사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6개월 후 변을 볼 때 출혈이 있어 다른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항문암 3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검진을 했던 병원에서는 1,000여 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6개월간 병을 키워 말기 암 환자가 된 박씨에게 그 정도 돈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소보원에 최근 5년간 접수된 피해사례 가운데 박씨처럼 질병을 오진한 경우는 59건(19.5%)에 달했다. 질병이 있는데 없다고 하거나, 반대로 질병이 없는데 있는 것으로 오진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대 미혼 여성 정모씨의 경우는 의료사고로 피해를 본 경우다. 정씨는 지난해 5월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으면 자궁경부암 검사를 무료로 해준다는 말을 듣고, 모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사 후 통증과 함께 하혈을 하기 시작했고, 검사 과정에서 처녀막이 손상됐다는 것을 알았다. 검사를 담당한 의사가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니었고 검사에 전문 기구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건강검진 중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는 소보원에 접수된 것만 28건(9.3%)으로 미혼 여성의 처녀막이 손상된 경우가 12건이나 됐다. 허리체력을 측정하다 급성디스크탈출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미혼 여성은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는 사례가 적어 실제 피해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소보원은 설명했다.
건강검진에서 병을 발견하고도 검진결과를 잘못 통보하거나, 아예 통보조차 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도 17건(5.6%)에 달했다. 인천에 사는 50대 주부 남모씨는 2000년 8월 모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영문 의학용어로만 표기해 주는 바람에 남씨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1년 후 병이 악화해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가장 많은 불만은 단연 비용에 관한 것이었다. 계약금 환불을 거절하거나, 부당한 검진료를 요구하고, 무료로 검진을 해준다고 해놓고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등이 전체 피해사례의 35.1%(106건)에 달했다. 검진 후 검진센터가 폐업해 결과를 통보 받지 못한 경우(6.3%)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상담을 하거나 검진도중 금품을 분실하는 사고 등도 있었다.
소보원 관계자는 “검진기관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오진과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검진 결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통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소비자들도 검진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결과를 이해할 수 없을 때는 검진기관에 문의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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