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상반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농업부문에서 큰 폭으로 양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농가에 연간 최대 1,2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추가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 캐나다 미국 등과도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의 FTA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 농업은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과는 상관없이 FTA를 통해 2006년 이후 전면 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6일 “아세안과의 FTA 체결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최종 서명이 이뤄져 2006년 하반기에는 국회 비준을 거쳐 협정이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품목별 관세 인하 수준까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아세안의 요구를 받아들여 농업부문에서 큰 폭의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한ㆍ아세안 FTA’가 체결되면 한국 농업은 연간 1,2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가장 피해가 큰 과일, 채소 분야는 연간 860억~910억원의 생산감소가, 축산과 곡물(쌀 제외) 분야에서는 각각 190억~220억원과 50억~8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중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의 공산품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전제로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DDA 협상이 회원국간 대립으로 당초 목표인 2008년 시행이 불가능하고, FTA의 관세 감축 폭이 DDA보다 큰 것을 감안하면 한국 농업(쌀 제외)은 내년부터 FTA를 통해 전면 개방의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농업생산은 8~10% 가량 감소하며, ‘한미 FTA’로 곡물과 낙농 분야에서 연간 10억 달러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DDA(2003년 하빈슨 초안 기준)가 타결될 때의 농업생산 감소액(연간 1.5%)을 능가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 농업이 유일하게 이득을 보는 ‘한일 FTA’는 결렬 상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자국 농업을 보호하려는 일본측의 지나친 요구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일 FTA’로 농업에서 5,800만 달러 피해를 입지만, 기계부품 등에서 연간 7억 달러의 이득을 얻는데도 FTA를 거부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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