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전세계 극장에 올라가는 인기 공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발레단이 1977년 시작했다.
그 뒤 유니버설발레단이 뛰어들어 서로 다른 안무로 연말 대결을 펼친 지 20년째다. 또 ‘호두까기 인형’이냐고 지겹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을 타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꿈 속 여행은 해마다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을 즐겁게 한다. 올해는 러시아와 구 소련권에서 3개 발레단이 이 작품으로 내한, 더 다양한 ‘호두까기 인형’을 보게 됐다.
‘호두까기 인형’ 일색이던 연말 무용판에 새 작품도 등장했다. 정동극장이 제작한 가족 무용극 ‘안데르센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성냥팔이 소녀의 꿈’이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과 정동극장 개관 10년 기념작으로, 원작의 슬픈 결말을 헤피엔딩으로 바꿨다. 발레뿐 아니라 한국무용, 탭댄스, 타악, 노래 등 다양한 춤으로 엮고, 연기와 애니메이션도 등장한다. 출연자가 전부 중학생(서울 예원학교 학생들)인 점이 특이하다.
이 학교 교사인 한국무용가 정혜진이 안무했다. 그러나 학예회는 아니고 본격적인 공연물이다. 정동극장이 1년간 준비했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음악감독, 실력파 한진국이 무대디자인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16~31일 공연. 월요일 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판(안무 바실리 바이노넨,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화 같은 무대를 보여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반면 볼쇼이 극장판(안무 유리 그리가로비치)판인 국립발레단의 것은 춤이 아주 많고 역동적이어서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이 두 단체의 ‘호두까기 인형’이 고전발레인 것과 달리 서울발레시어터는 창작 현대발레로 선보이고 있다. 이 단체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서울에 사는 고아 남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꾼 행복한 꿈 이야기로 만들었다.
러시아와 구소련권 단체로는 벨라루스 국립발레단, 러시아 국립발레단, 키예프 소년소녀발레단이 온다. 벨라루스는 구소련권에서도 유달리 발레를 사랑하는 나라로, 발레 수준이 높다. 러시아 국립발레단은 1993년 창단됐다. 단원 평균 연령도 18~25세로 아주 젊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