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를 놓고 과학계 내부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MBC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PD수첩 방영을 보류하면서 과학계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과학계로 공이 넘어 온 형국이며 이에 대한 과학계의 의견 차이는 분열에 가까울 정도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과학계 인사들은 대체로 “이제 황 교수를 그만 연구실로 돌아오도록 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창립한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의 상임대표 이병기 서울대 공대 교수는 “과학에 대한 검증과 판단은 철저히 과학적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임을 만들었다”며 “정책 결정이나 언론 보도 등이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완규 한국생물산업협회장은 “언론이 과학을 검증한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며 “황 교수가 현업에 복귀해 새 연구 성과를 내놓는 길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와 의대 안규리 교수는 6일 “재검증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며 “후속 연구논문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국민들에게도 이번 사태를 더이상 질질 끌지 말고 조용히 마무리짓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증을 통해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자의 본성상 이러한 사태 수습에 회의를 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5일 사이버 공간에서 비롯된 ‘황 교수팀 논문 사진 조작 의혹’ 사건은 젊은 과학자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생명과학 전공 석ㆍ박사 과정, 박사후 연구원 등이 주로 모이는 이 사이트에서 이들은 “검증해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나”라는 회의에서 출발해 “외국 저널과 언론에 제보하자”는 운동으로 번져 이 문제를 ‘만들어’ 냈다.
실제 수많은 네티즌 과학자들이 영문 메일과 문제의 사진 파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뉴욕타임스가 7일 사진 문제에 대해 보도를 했다.
실수든 고의든, 논문의 문제가 저자 아닌 익명의 네티즌 제보에 의해 세계적 과학저널에 알려지는 상황은 정상적인 과학지식의 유통구조는 분명 아니다. 문제는 네티즌 과학자들이 “과학계 내부에서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생명과학 원로는 “황 교수가 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너무 놀랐다”며 “과학을 과학으로 해결한다는 말의 의미는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러한 논쟁을 제3기관을 통해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후학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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