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재판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램지 클라크(78)다. 미 법무장관 출신의 저명한 반전론자인 그는 전쟁 이전부터 이라크전을 반대하다 1년 전부터는 후세인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5일 3차 후세인 재판에서 변호인 퇴장을 주도하며 재판을 파행시킨 주인공도 클라크다. 휴정 끝에 발언권을 얻어낸 그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재판의 불공정성을 성토했다.
대법관 부친을 둔 그는 텍사스주 달라스 출신으로, 시카고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된다.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1967~69)을 지낸 그는 베트남전 반대를 시작으로 반전주의자로 활약하게 된다. 평화단체인 국제행동센터(IAC)를 창설하고, 미국이 중동에서 저지른 범죄를 고발한 책을 다수 발간했다.
미국 우익들은 그가 미국 혐오론자이며 비양심적 인사라고 몰아세운다. 후세인에 앞서 세계 악동들을 단골 변론했기 때문이다. 그의 고객 리스트에는 이슬람 테러범, 르완다 대량살상범,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전 유고대통령 등이 있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로 그는 후세인 옹호 법리를 발굴하고 있다. “미군 통제하의 이라크에서 구성된 재판은 공정할 수 없다”거나 “공정하지 못한 재판은 이라크를 분열시킬 뿐”이라는 논리도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종종 법리에 벗어나거나, 번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2년 전 그는 후세인의 학살 혐의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피해자 증언이 나오자 이를 ‘사악한 선전’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 ‘발칸의 학살자’ 밀로세비치를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에 투쟁한 인물로 추켜세우고 있다.
그는 미군 양민학살 진상규명을 위해 16개국 인사들로 구성된 전민특위 국제조사단의 단장을 맡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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