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가 국제업무도시로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옛 동아건설 김포매립지)의 토지 매각 과정을 보면 아파트를 분양 받는 국민은 ‘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주 토공은 평당 25만원 대에 매입한 이 구역 내 전용면적 25.7평 초과 주택용지를 경쟁입찰에 붙여 건설업체에게 평균 761만원에 매각했다.
땅값이 이렇게 비싸다 보니 여기에 지어지는 일반 아파트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을 훨씬 넘을 것은 뻔하다. 토공측은 “총 538만평 중 258만평을 도로 하천용으로 무상 기증해 조성원가가 평당 360만원에 달한다”며 결코 고가 분양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토공이 이곳에서 공급하는 외자유치 토지의 분양가를 보면 국내용 주택용지가 왜 그렇게 비싸게 책정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토공은 외자유치 구역인 154만평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평당 약 30만원(20만~40만원)선에 땅을 공급할 계획이다. 외투기업에게는 감정가도 아닌, 조성원가의 10분의 1 수준으로 땅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업 자체가 외자 유치를 전제로 허가 받은 것인 만큼 특혜 자체를 시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유치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총 투자액의 10%만 넘어도 외투기업으로 인정된다.
다시 말해 같은 상업용지를 분양 받더라도 외국인 투자지분 10%의 요건만 충족시키면 국내기업의 25분의 1 수준으로 땅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난무했던 ‘무늬만 외투기업’의 난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투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자국민의 어깨가 휘어도 좋다는 식의 역차별적인 행위는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
송영웅 산업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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