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내란ㆍ외환의 죄 등 중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경찰이 사실상 민생과 관련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경찰과 검사를 나란히 동등한 수사 주체로 명시했다.
청와대도 검찰의 수사지휘가 가능한 범죄를 여당보다 폭 넓게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입장이다. 어느 경우든 정부 수립이후 50년 가까이 상하 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을 상호 협력과 견제관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을 줄곧 고집해 온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민생범죄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갈 경우 인권침해와 편파수사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교통 등 민원처리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등 경찰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15만 명의 인력을 보유한 막강한 경찰의 비대화와 이로 인한 경찰권 남용도 걱정스럽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논리로 경찰의 수사권을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형사사건의 97%는 경찰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일은 경찰이 하고 지휘감독은 검찰이 갖겠다는 것은 검찰의 과욕으로 비친다. 일부 수사권이 넘어가도 검찰은 여전히 영장 청구, 기소, 보완수사 요구권 등을 보유해 경찰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처리가 신속해지고, 검찰 송치 후 관련자를 다시 검찰로 부르는 이중소환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편리한 점도 기대된다.
그렇다면 일부 유형의 범죄에 대해 경찰의 독자수사권을 인정하되 부당한 수사와 인권침해 문제는 충분한 견제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은 선진국의 사법제도와 시대적 추세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청와대,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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