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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00년 된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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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00년 된 애가

입력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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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문학은 여성의 애가(哀歌)로부터 열린다. 여성이 지은 애틋한 연가와 비가가 징검다리처럼 문학사를 이어 주고 있다.

첫 장에 해당하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백수 광부(白首 狂夫)의 아내가 부른 노래다.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픔을 처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님하, 가람 건너지 마소 /그예 님이 건너시네…> 백수(벼슬 못한 양반)의 아내는 악기 공후를 뜯으며 슬퍼하다가, 죽은 남편을 따라 강에 몸을 던진다.

▦ 백제시대 ‘정읍사’에는 전북 정읍 여인의 소박한 남편 걱정이 담겨 있다. 남편 직업은 안 다니는 곳이 없는 행상이다. <달님이시여, 높이 돋으시어 멀리 비춰 주소서. 시장에 가 계신가요?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조선시대 황진이에 이르러 여성문학, 혹은 기녀(妓女)시조는 한 절정을 이룬다.

그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내어…> 는 기교가 무르익은 본격 문학이다. 교육 받은 명기였던 그는 신분에 구애 받지 않고 문학적 재능과 애정 파행을 마음껏 펼쳤다. ‘청산리 벽계수야…’ ‘어져 내 일이여…’ 등은 시대를 뛰어넘는 절창이 되었다.

▦ 황진이와 비슷한 시대의 사부곡(思夫曲)이 7년 전 발견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경북 안동 이응태의 묘를 이장할 때 발견된 이 서한문은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되고 있다.

남편이 31세에 요절하자 가는 길에 읽어보라며 관에 넣은 편지다. 손수건 만한 크기의 한지에 언문으로 촘촘히 쓰인 편지는 애정과 슬픔의 표현에서 당당하고 꾸밈이 없어 후손을 감동시켰다.

▦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먼저 가십니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왔나요. 누우면 언제나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이 편지가 국악가요로 널리 불리게 됐다.

중모리로 표현한 이 노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작곡을 맡고 있는 박위철 씨가 작곡했다. 부부 간에 더 잇지 못한 애절한 사랑을 토로하는 여인의 육성이 400년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노래로 부활한 것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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