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역공에 나섰다. 총장이 나서 “(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맞받아치는가 하면 대검찰청은 “수사지휘권 사수를 위해 모든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여당 안 통과를 저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겉으로 움직임을 자제하며 조용히 물밑 조정에 주력했던 종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총장 강경발언 왜? 정상명 검찰총장은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검찰 안팎의 조언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두루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변에 “여당이 이렇게 나올지 나도 솔직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현재 상황은 그에게 딜레마와 같다. 올 초부터 줄곧 ‘수사지휘권 고수’ 입장을 유지해 온 검찰은 5일 수뇌부 회의에서 급작스레 방향을 선회했다. 실질적인 수사지휘권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일부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을 수사주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청와대가 제안한 절충안과 흡사했다.
그런데 총장의 표현대로 난데없이 여당이 검찰에 불리한 안을 낸 것이다. 청와대 안 정도라면 검찰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절충을 시도해볼 텐데 이보다 훨씬 과격한 여당 안이 나오자 ‘조용한 외교’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총장은 뭐 하고 있느냐”는 검찰 후배들의 압력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난국을 타개할 해법으로 정 총장은 강공을 택했다. 배수진을 치고 정면대응 의지를 보임으로써 안으로 일선 검사들의 불만과 집단행동 움직임을 제어하고 밖으로는 최종 결론의 수위를 조금이나마 검찰쪽에 유리하게 조절해보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검찰의 속내는 이 같은 강경대응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회성 반발로는 사태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여당의 ‘정치적 의도’를 이슈화함으로써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다른 한편으로는 입법의 주체인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교섭과 로비전을 적극 펼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를 최대한 설득하고 법무부장관을 통해 여권과 활발하게 접촉해 정부 입법을 통한 새로운 조정안 마련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박상옥 대검 수사정책기획단장은 “검찰 입장이 반영되도록 입법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동안 제한적으로 해온 활동보다 강도를 높여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의외로 조용했다. 평검사들은 그 동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등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긴급회의를 열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특단의 위기 상황에서는 섣불리 나서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판단이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띄운 글에서 “많은 검사들은 앞으로 여당 안이 최종 개정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집단반발이 재연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김종빈 전 총장의 사퇴를 불러온 ‘장관 수사지휘 파동’의 재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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