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2003년 5월 경찰청 특수수사과 5팀 소속 경찰관들이 법조브로커 윤상림(53ㆍ구속)씨의 제보로 군 장성들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뒤 윤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검찰은 5팀 소속 일부 경찰관들이 군 장성 뇌물사건 수사를 마친 지 이틀 만인 2003년 6월 20일께 이들의 계좌에 거액의 현금이 일괄적으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윤씨는 그 해 5월 경찰에 ‘H건설사가 장성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제보한 뒤 6월 16일 H사에 ‘경찰이 수사를 끝내도록 해주겠다’고 접근해 현금 9억원을 갈취했다.
검찰은 금품이 오간 시점을 볼 때 경찰관들의 계좌에 입금된 현금이 이 9억원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씨가 사건 당사자 한쪽을 협박ㆍ갈취하는 과정에 경찰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건과 별개로 경찰관 1명이 윤씨에게서 800만원을 수표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현금으로 받은 부분은 뇌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800만원은 단순 채무관계라는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가 판ㆍ검사에게 청탁해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명의 사업가에게서 각각 수천만~수억원씩 받은 혐의도 추가로 밝혀냈다.
2004년 4월 잘 아는 검찰 간부에게 부탁해 산업재해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모 건설사에서 수억원을, 2003년 9월 계열사 대표가 배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모 대기업에 접근해 부장검사와 판사에게 부탁해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며 3,520만원을, 올 초에는 경찰에서 구속된 사건을 검찰 고위간부에게 부탁해 석방되도록 해주겠다며 5,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세 사건 모두 사건 당사자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은 것으로 볼 때 돈만 받고 로비를 하지 않았거나 로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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