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황우석 교수 연구의 진위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협박 등 비윤리적 행위를 동원한 것과 관련, 이른바 ‘PD 저널리즘’의 지나친 성과주의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MBC 내부에서도 PD조직의 게이트키핑 (내적 통제) 기능 부재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일부 PD의 과욕이 언론사로서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참사를 불렀다” 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PD저널리즘’ 은 1980년대 이후 ‘추적 60분’ ‘PD수첩’ 등 시사다큐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권, 복지 등 사각지대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헤쳐 호응을 얻었지만, 무리한 취재와 편파 보도 등으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PD들이 탐사저널리즘의 영역을 개척한 점은 인정하지만 보도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을 점검할 기제를 갖추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 라면서 “기자 집단처럼 데스크 등을 통한 게이트키핑 기능이 부족하다 보니 정의감에만 기대 사안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하기 쉽다” 고 지적했다.
그는 PD수첩의 난자의혹 보도에 대해서도 “팩트(사실)에만 집착해 그같은 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제도와 환경 등을 간과함으로써 사실보도의 형식은 갖췄으되 객관보도, 진실보도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는 “고발, 폭로 저널리즘이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철저한 사실 확인과 더불어 취재과정의 투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면서 “취재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MBC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든 PD수첩을 당장 접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 등 임원들이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고 요구했다.
반면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취재윤리에 관한 문제는 PD만이 아니라 우리 언론계 전체가 지속적인 자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 라면서 “PD수첩이 저지른 상식 밖의 행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일정한 성과를 축적해 온 ‘PD저널리즘’ 전체를 매도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그는 “과학 기자들이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듯이 탐사저널리즘을 수행하는 PD들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고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고 주문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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