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줄다리기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자 중재안을 제시하고 8~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사학법 직권상정 처리시한을 연기한 것은 벌써 두 차례다. 이번에는 식언(食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 의장의 중재안은 사학재단 3분의 1을 외부인사로 임명하는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되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2배수를 추천해 이사회가 선택하도록 했다. 이사 후보를 늘린 것으로 당초 안보다 완화한 내용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중재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민노당도 공조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와 자립형 사립고 관련 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들고나와 딴죽걸기에 나섰다. 시한이 닥칠 때마다 추가 논의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더구나 교원 및 학부모단체, 사학ㆍ재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자립형사립고 제도 협의회’는 최근 “2년간의 시범운영 기간이 짧아 폐지 또는 법제화를 판단하기 이르다”며 시범운영 연장을 건의했다. 시범운영의 성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마당에 이를 법제화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의 부패ㆍ비리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상당수 사학재단이 아무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전횡을 일삼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사회가 설립자의 친ㆍ인척이나 측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사립 중ㆍ고교 법인연합회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학교를 폐쇄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니 답답하다. 사학이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사학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법안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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