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젊은 구원투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43) 대표가 한국과 중국에서 배척을 받고 있다. 17일이면 취임 3개월을 맞는 마에하라 대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한국-미국-중국 순방 외교를 준비했다. 그러나 한국 행은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 정부측에서 노무현 대통령 면담 일정을 잡아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6~9일 예정된 중국과 미국행도 ‘앙꼬 빠진’ 방문이 될 전망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등과의 회담을 희망했지만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본은 여야 당수가 모두 주변국에서 따돌림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집권당 당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14일부터 개막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한국 중국으로부터 정상회담을 거절 당했다.
이 같은 결과는 마에하라 대표의 신중치 못한 비외교적 화법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한국 방문을 조정하는 시기에 일본언론 등을 통해 “다케시마(竹島ㆍ독도)는 그 쪽(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으면서도 해결하라고 말하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된 것이다”,“교과서 문제도 일본의 검정제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는 등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등 강경 발언을 구사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이는 직설적인 ‘고이즈미 화법’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따라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시아 지역과 NGO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일본 야당 외교의 전통을 저버린 셈이 됐다.
마에하라 대표는 정치적으로도 큰 고비를 맞고 있다. 그는 이른바‘대안노선’을 내세워 대여투쟁보다는 여당과의 정책 경쟁에 치중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자민당의 2중대가 됐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부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와 똑 같은 정치를 지향한다면 민주당은 필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紀夫) 간사장도 “마에하라 체제는 아직도 너무 어리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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