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래 거침없는 강경 행보로 관심을 모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결국 고립을 자초하는 것일까. 뉴스위크 최신호(12일자)는 그를 1939년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의 주연 지미 스튜어트에 비유했다.
영화에서 시골청년으로 분한 스튜어트는 연방하원 의원으로 워싱턴에 가 기존의 정치권에 맞서 싸운다. 아흐마디네자드의 좌충우돌 정치는 스튜어트 이상이란 평가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집권 5개월 만에 심상찮은 이란 내부의 권력 갈등을 낳고 있다.
그는 시아파의 메시아 ‘마흐디’에 대한 강한 종교적 열정으로 정치질서를 흔들고 있다. 각료회의에서 마흐디 충성서약 서명을 받고, 9월 유엔연설 때는 자신이 광채에 둘러 싸인 것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의 신비스런 경험과 마흐디 경도 행태는 그가 자신을 마흐디의 현신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낳고 있다.
문제는 그의 메시아 발언이 보수 정치권은 물론 최도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불편케 한다는데 있다. 하메네이 권위에 직접 도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마흐디를 통해 보다 강경한 신권정부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건파인 외교관 40명, 국채은행장 7명, 고위공직자 등이 숙청됐고, 대통령과 이념을 같이하는 무능한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하메네이는 7월 대선에서의 아흐마디네자드 지지를 후회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정부정책 결정권을 대통령의 정적인 라프산자니 편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또 하메네이의 입김이 통하는 의회는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며 하메네이의 후원세력이 되고 있다. 의회는 젊은이에게 결혼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러브 펀드’ 등 정부의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무산시켰다. 또 석유장관에 무경험의 대통령 주변인사가 임명되자 3번이나 퇴짜를 놓았다.
양측 갈등이 꼬인 것은 강경파 성직자 모하마드 타키 메스바흐-야즈디가 아흐마디네자드의 정치적 후견을 맡고 있는 데서도 비롯됐다.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회의 멤버인 그는 차기 최고지도자를 넘보고 있다. 그는 하메네이에게 절대권위의 상징인 ‘아야톨라’ 칭호가 사용되는 것은 신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의 권력싸움은 하메네이에게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그는 혁명수비대를 장악, 영향력을 계속 유지될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앞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도 적절히 견제하며 하타미의 개혁정책을 무산시켰다. 반면 신권정치를 꿈꾸는 아흐무드네자다는 마흐디를 정치 이념화 시킬 능력이 없는 풋내기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평이다. 뉴스위크는 “워싱턴에 간 스튜어트도 실패했다”며 “시간은 ‘마흐디 콜플렉스’에 빠진 남자에 있지 않다”고 했다.
● 키워드/ 마흐디 사상
이슬람 시아파의 중심 교리. 873년 5살 된 12대 이맘(종교지도자) 마흐디가 사라지자 시아파는 그가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의와 평등을 구현할 메시아로 언제가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교리화 했다. 아야톨라 등 현세 지도자들은 그를 대신해 세계를 이끄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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