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설정 15개월 만에 누적수익률 200% 기록. 지난해 8월 설정돼 올해 최고 수익률을 올린 유리자산운용의 ‘유리 스몰뷰티 펀드’가 거둔 성과다. 1,000만원을 맡긴 투자자라면 지난달 투자금이 3,000만원으로 불어난 셈이니, 가히 경이적이다.
일반인들은 펀드 운영자들을 모두 ‘펀드매니저’라고 부른다. 하지만 운용사 내에서는 포트폴리오(펀드를 구성하는 종목 리스트)에 들어갈 종목을 발굴ㆍ추천하는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는 ‘펀드매니저’, 실제 주식매매를 담당하는 ‘트레이더’ 등으로 역할이 구분돼 있다.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애널리스트인 인종익(41) 리서치팀장은 ‘스몰뷰티 펀드’의 성격상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스몰뷰티 펀드는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소형주 중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만 골라 편입한다. 보통 40~50개의 종목을 갖고 있다가 이중 특정 종목이 목표주가에 도달하면 팔고 새 종목을 사는 식으로 운용된다.
시가총액 비중과 비슷하게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시장 전망에 따라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기존의 ‘톱 다운’ 방식이 아니라, 시장은 배제한 채 철저히 종목 중심으로 운용하는 ‘바텀 업’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그만큼 종목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존 템플턴 등 월가 최고의 펀드매니저들이 사용해 온 방식이다.
인 팀장의 펀드 운용 방식은 워런 버핏보다는 피터 린치의 방식에 더 가깝다. 수십 년 동안 매년 200여개 상장 기업을 탐방, 남들이 모르는 좋은 종목을 찾아냈던 피터 린치처럼, 인 팀장도 매주 4~5회씩 기업 탐방을 한다.
처음에는 특별한 원칙 없이 무작정 다녔지만, 2003년부터는 1,500여개 전체 상장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만들어 분석한 뒤 이중 기관투자가가 투자할 만한 기업 수백 개를 골라내 집중 탐방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방문한 기업 수만 500여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 팀장은 그 결과 “너무 많은 소형주들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외국인 선호 대형주들이 주로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숨은 진주’ 같은 종목들이 제값을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판단과 개인투자자들의 가치 투자를 돕기 위해 스몰뷰티 펀드를 구상하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소형주에 가치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한 두 종목을 산 뒤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듭니다. 그렇지만 펀드는 40~50개 종목을 동시에 편입하기 때문에 이 중 몇몇 종목만 올라도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몰뷰티 펀드에는 어떤 종목이 들어갈까. 현재 보유중인 종목은 공개할 수 없지만 9월 발간된 보고서 기준으로는 ‘서부트럭터미널’이라는 생소한 종목이 7.2%나 들어 있고 대한제당, 인지컨트롤스, 안국약품, 건설화학 등이 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펀드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또 소형주라 해도 올해 코스닥 시장을 달군 ‘줄기세포 테마주’ 같은 종목도 없다.
“아무리 미래 가치가 높다 해도 현재의 재무 상태나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철저히 배제한다”는게 인 팀장의 말이다. 테마주나 ‘세력’이 붙은 주식에 손대야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 스몰뷰티 펀드에 가입할 수는 없다. 소형주를 주로 편입하는 펀드 특성상 지나치게 설정액이 커지면 특정 종목을 매매할 때 시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설정액이 1,200억원을 넘어선 10월 초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또다른 스타일 펀드인 ‘유리 그로스&인컴 펀드’를 판매중이다. 이 펀드는 시가총액 규모와는 상관 없이 배당 성향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면 엄청난 연봉을 받을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영세해 펀드매니저라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간접투자 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펀드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만큼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죠.”
인 팀장은 “아직은 열매를 딸 때가 아니라 씨를 뿌릴 때”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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