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특수임무동지회 회원과 주민들이 5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보광사 비전향 장기수 묘역 ‘통일애국열사묘역 연화공원’ 내 비석을 모두 파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45분께 승합차 등에 나눠 타고 보광사에 도착, 해머 등으로 묘역에 세워진 비석 6개를 모두 부쉈다. 또 비석 잔해에 붉은 색 페인트를 뿌리고 ‘간첩 빨치산이 의사 열사가 웬 말이냐’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묘비 중 1곳은 심하게 부서져 납골함이 외부로 노출됐다. 이들은 이어 ‘비전향 장기수 ㅇㅇㅇ 묘’라고 적힌 비목을 대신 세우라며 보광사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묘역에 묻힌 사람들은 자유대한을 전복할 목적과 신념을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분단조국의 가엾은 희생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부적절한 묘역을 철거하는 것은 조국통일이 속히 도래, 더 이상 동족간 아픈 상처가 없길 바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비석과 비문까지 훼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반발했다.
보광사 묘역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이 5월 보광사 경내 60평에 빨치산과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 장기수 6명의 유골을 안치해 조성한 것으로 비석에 ‘통일애국투사’ ‘의사’ 등 글귀를 넣어 보수단체로부터 철거요구를 받아 왔다. 한편 보광사는 이날 저녁 더 이상 훼손을 막기 위해 유골함을 모두 수습해 비전향장기수 관계자들에 전달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