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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원어민 수준 영어 강박관념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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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원어민 수준 영어 강박관념 벗어나야

입력
200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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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필자가 영어 유치원을 소재로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유치원 원장과 약속을 하고 교실로 들려오는 순간, 기가 막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6세 정도 밖에 안 되는 어린 유치원생들에게 미국 국기를 그리게 하고 미국 국가를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빠져 그 나라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자연히 말도 유창하게 된다는 문화 적응(acculturation) 학습이론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렇게 영어를 배우면 그 어린이가 성장해서 한국의 국익을 대표하는 애국적인 글로벌 엘리트가 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미국을 동경하며 인종차별 속에 이등 미국인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아이만은 영어를 유창하게 해서 희망찬 미래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미래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 실력이 한국 사회의 계급을 나눌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사회의 경쟁력은 영어 기술이 아니라 사고력이며, 영어와 사고력이 전혀 다른 개념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사고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영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국아이들은 쓰기 읽기는 문제가 없데요, 말하기가 항상 문제지요” 라고 나름대로 분석하는 엄마들도 많다.

황우석 박사의 배아복제 실험에 대해 토론한다고 가정해 보자. 황 박사의 배아복제 실험이 인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불치병을 치료한다” 외에 다른 근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치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한다면, 외국인은 분명히 “왜 그렇죠?”라고 되 물을 것이다. 그때, 반응은 어떨까?

“Why”라는 질문에 못 알아 들은 줄 알고 한 번 더 말하는 사람, 상대방이 알아 들은 줄 알면서도 할 말이 없어 한 말을 되풀이 하는 사람 등 가지 각색일 것이다. 한마디로,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라기보다는 생각이 부족해서 영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사고력은 대부분의 경우 모국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언어 능력이 유아 시기에 형성된다면, 사고력은 초등학교 때 형성되면서 중고등학교 시기에 학교 교육을 통해서 발전한다. 한국에서 성장하면서 영어적 사고력은 갖춘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식으로 사고하면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2002년 필자가 하버드 법대에 재학 중인 교포들에게 한글 작문을 도와주었을 때 경험이다. 교포들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울 때 한국식으로 사고하려고 많은 애를 쓴다. 그런데, 실제 작문을 하면 익숙하지 않은 한국식 사고 때문에 논리 구조가 송두리째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들에게 그냥 미국식으로 생각하고 한국말로 옮긴 다음 문장을 다듬는 연습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작문 실력들이 몰라 보게 좋아졌다.

영어를 하는 데에는 세가지 극단주의가 있는데, 이는 영어식 사고, 원어민 수준의 발음, 원어민 수준의 빠른 속도 등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이 될 수 없고, 어차피 한국식으로 사고할 수 없는 데, 그리고 발음은 언어 형성 초기에 이미 굳어져 도저히 원어민 발음을 낼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에 도달해 있는 데, 어떻게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원어민 수준의 발음을 할 수 있을까?

정한석 전 뉴욕대 응용언어학 교수는 “영어는 미국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제언어입니다. 영어식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한국식으로 사고하고 영어로 전환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발음도 원어민처럼 하겠다는 무리한 각오보다는 국제 공용 언어로서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발음만 익힌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이 될 수 없고, 한국식으로 사고할 수 밖에 없다면 무리한 영어식 사고를 고집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우리말로 사고하고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미국 사람처럼 영어하겠다면서 생활 영어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한국 말로 떠오르는 것을 어떻게 영어로 옮길까 고민하는 표현 영어 및 사색(思索) 영어를 중심으로 차분히 영어를 익히는 게 필요하다.

영어는 미국어가 아니라 국제 공용어이다. 내용 없는 유창함 보다는 좀 어눌하지만 깊이 있는 영어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언어라는 점 또한 알아야 한다.

윤태형 영타임스 편집국장 www.youn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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